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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리뷰/이슈와 화제

악의 평범성(한나 아렌트), 죄책감과 양심적 가책 실종의 근원

by white 이브 2017. 1. 23.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란?

 

이 용어는 독일 태생의 유태인 정치 절학자 한나 아렌트의 저서<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에서 인용되었다.

  

유태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던 나치 친위대 장교 아이히만이 전범으로 체포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가 괴물과도 같은 악인의 전형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하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심지어 정신과 진단 역시 정상적으로 판명되었으며, 아이히만 자신은 그저 자신의 일을 신념과 명령에 따라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결국 '악의 평범성'이 시사하는 점은,,

惡은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끔찍한 형상을 한 괴물의 모습만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잔혹한 짓만을 일삼아 누구든 금방 악마라고 알아볼 수 있을만큼의 전형적인 악행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부분은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 필립 짐바르도 등의 연구 결과에 의해서도 입증된 바,, 

반인륜적·인간적 범죄가 범죄성향이 뚜렷한 특정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학력, 신분, 외견상 정상적 사회생활 수행 여부, 가정과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 등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악마와의 계약과도 같은 이러한 병리적 현상에 대한 특징

 

우선 관련 사안에 대한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은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한 이러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특징들을 몇 가지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강하다

2. 권력과 권위에 복종하며 자신이 한 행위는 오로지 상부의 명령이고 자신은 오직 직분에 충실한 것 뿐이라고 여긴다

3. 그릇된 심리에서 발현된 왜곡된 가치에 대해 맹목적이다.

4. 자신과 관련된 부류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정도로 의외로 지위 역할에 매우 충실하기도 하다

5. 이러한 부류들은 잡법이나 강력범죄자들보다는 오히려 정치인, 지식인, 고위 관료, 종교인들처럼 사회 기득권층이나 상류층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6. 특정 개인이 아닌 경우의 사례로는 전범국인 일본이 이에 해당한다.  

7. 사이코패스처럼 특정 대상에 대한 가학적 성향도 나타난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 일본의 위안부 학대 및 생체실험)

8. 인간으로서의 양심적 가책은 존재하지 않지만, 법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고 민첩하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구체적 사례

  

이러한 사례들 중에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우선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헌법 농단 사태를 야기하고도 해당 관련자들이 심지어 헌재까지 갖고 놀려는 우리나라 현 시국 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손흥민 선수 한 사람 이적료 만큼의 액수도 되지 않는 위안부 합의를 해놓고 소녀상을 부각시키며 외교적 갈등을 먼저 야기하고 있는 일본 우익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악의 평범성'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가임기에 있는 조선 여성들 20만명을 10년간 강제로 데려가 일본군의 성노리개로 유린한 이러한 위안부 사건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역사적 피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성학대 및 민족말살정책과 관련된 반인류적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은 커녕,, 

  

무슨 자격으로 협상 주체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고작 10억엔이란 푼돈으로 현 정권과 멋대로 합의(?)를 한 것인가?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피해자들과 역사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이지, 형식적인 금전적 배상이 아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으니 이행해라, 소녀상 철거하라"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통화스와프 취소, 외교공관 주재원 귀국 조치' 등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인가? 

 


만약 일본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할 나라라면 자신들이 먼저 소녀상을 세워 자신들이 저질렀던 반인류적 범죄에 대한 참회와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수도 있는 문제다.

 

아무리 한일관계가 좋아진다고 해도 역사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까지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유엔에서조차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일본의 사과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리 정부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이러한 굴욕적인 합의를 두고 도리어 사적인 합의였다고 자평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은 이제 미국으로부터 아시아에서 경찰국 지위까지 인계받기 위해 미국의 구미에 맞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강자에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는 철저히 강한, 그리고 죄책감은 없으나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의 수치심은 처절히 감추기 위한 '악의 평범성'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악마는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라는 말처럼..

위에서 언급된 자들(주체들)도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며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로 인해 망가진 수 많은 가정과 다수의 사람들이 겪었을 고통과 피해는 결코 간과될 수 없다.

따라서.. 

'악의 평범성'이야말로 어쩌면 '악의 전형성'보다 훨씬 더 악마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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