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 (모노노케 히메)
태고의 자연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인간, 이들의 사투와 공존에 대한 전설
대한 몸집과 인간의 영혼을 닮은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숲, 그리고 소외된 인간들이 꿈꾸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며 자신들의 마을을 개척하려는 인간들...
고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신들과 인간들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그린 전설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두 주체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아시타카(인간)와 원령공주 산(자연)을 매개로 극명하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판타지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답게 대자연의 배경과 독창적으로 창조된 신비한 캐릭터들은 이 영화(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흡인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캐릭터는 사실적이며 현실적인 인간들로서..
이러한 구성은 판타지 vs 현실, 신비한 캐릭터 vs 현실적인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효과를 보여줌으로써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에서 추구해온 '자연과 인간'이라는 일관된 세계관을 그대로 투영해 냅니다.
동쪽의 끝 에미시 부족의 차기 족장 계승자 아시타카는 갑자기 나타난 재앙신으로부터 마을을 구해내지만, 그 댓가로 오른 팔에 저주의 각인이 찍히게 됩니다.
서쪽의 끝,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숲이 있는 곳.
바로 아시타카의 저주를 풀고 재앙신이 나타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동쪽과 서쪽이라는 배경 또한 자연계와 인간계를 대표하는 상직적인 공간적 대비를 헤쳐나가던 아시타카는 철의 광산을 개척하며 자신들의 터전을 넓히기 위해 숲과 산을 파헤쳐 나가는 인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의 당주인 에보시 때문에 재앙신이 나타나게 된 것을 알게된 아시타카는 이들에게 대적하는 모로족(시시가미를 지키는 들개 일족)의 원령공주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화승총으로 무장한 에보시 일족과 에보시를 노리는 모로 일족과 원령공주 산..
또 다른 원한으로 점철되어가는 것을 막고 공존을 모색하려는 아시타카는 에보시와 산의 싸움 말리다가 오발에 의한 총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정작 자신 역시 인간이면서도 들개의 딸로서 숲을 황폐화 시키는 인간을 경멸해왔던 원령공주 산은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구해 아시타카를 숲의 생명신인 사슴신 시시가미에게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지만,
결국 소외된 인간들의 지주인 에보시와 또 다른 음모를 지니고 사슴신 시시가미를 쫓는 지코 일행, 그리고 이들을 저지하려는 원령공주와 모로일족, 그리고 오코토누시를 필두로 한 멧돼지 산신들과의 처절한 사투를 막아내지는 못합니다.
생명과 죽음을 주관하던 시시가미는 이들의 싸움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지만, 에보시에 의해 목을 잃게 되자 숲과 산의 모든 생명을 죽이게 됩니다.
결국 아시타카와 산에 의해 목을 되찾은 시시가미는 자신의 몸을 거름 삼아 다시금 숲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연의 본연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한 쪽 팔을 잃은 에보시는 일족들을 이끌고 살기 좋은 마을을 건설하기 위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이 결국 모로일족과 아시타카에 의해 보존되었음을 알게 된 에보시는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말로써 공존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한다는 복선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아시타카와 원령공주 산은 이제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인간의 꿈과 만물의 생명력이 충만한 대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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