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허무한 인간 창조의 기원과 개연성 없는 에이리언시리즈의 프리퀄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의 장면을 꼽으라면,,
1. 지구의 어느 곳에서 '엔지니어'라고 일컬어지는 어느 외계인이 자신의 DNA를 해체하는 도입부 장면과
2. '엔지니어'의 몸을 숙주로 하여 뚫고 나온 에이리언의 모습을 담은 엔딩 부분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에서의 이 두 장면 중 첫 번째는,,
엔지니어의 몸이 가장 근원적인 생명요소인 DNA 형태로 분해되어 퍼져나감으로써 인간 창조의 비밀은 외계로부터 온 DNA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암시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된 이러한 소수의 가설은 메소포타미아, 아즈텍, 마야 등지에서 발견된 동일한 패턴의 좌표인 별자리 지도를 창조주의 초대장으로 여기게 되면서 미래의 과학력으로 그곳을 찾아간다는 황당하면서도 일말의 개연성을 부각하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다"라는 웨이랜드의 독백처럼 그들이 찾아낸 것은,,
- 불사의 몸도, 피조물에 대한 자애로운 창조주도 아닌,
- 어찌 보면 그들 역시 인간과 같은 DNA를 지닌 피조물에 불과한 이방인에 지나지 않으며,
- 의도된 생명씨앗의 퍼뜨림이 모종의 결과물이나 실험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해치는 장면은 차라리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허무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장면과 관련하여,,
'프로메테우스가 과연 에이리언시리즈의 프리퀄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암시적인 장면이 곳곳에 배치되어 묘사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영화 에이리언시리즈에서 익숙했던 몇몇 장면들이 보이고 엔지니어의 몸을 빌어 비로소 에이리언 여왕으로서의 완전체가 탄생하는 마지막 장면은 다분히 의도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왜 그들은 지구에 생명체를 퍼뜨려 인간을 진화시켰고, 또 어째서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고 가려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관객의 몫으로 유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어떤 존재에 의해 의도된 작업으로 DNA를 퍼뜨렸다 한들 그것이 일정 수준의 개입이 없이 현재와 같은 온전한 인류로 진화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과학적 개연성은 아예 생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프로메테우스에서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점은 비주얼 측면에서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3D로 구현된 몇몇 장면들은 가히 환상적이기까지 하며,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는 미완의 전편을 커버해 줄 후속작을 기대하게 하는데 일조한 하나의 요소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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