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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리뷰/이야기와 리뷰

길태미의 최후를 슬퍼한 사람들 (육룡이 나르샤, 이방지와 길태미의 대결)

by white 이브 2015. 12. 3.

육룡이 나르샤 18회는 가장 긴박했던 회차였습니다.

이방지와 길태미의 운명을 건 대결이 펼쳐지고 고려의 권력구도가 요동치는 회차였기 때문이죠.

 

물론 길태미와 이방지의 진검승부가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길태미는 이방지에게 패하여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새로운 삼한제일검이 탄생했습니다.

 

드라마-육룡이-나르샤-길태미와-이방지
길태미와 이방지

 

도당 3적 중에 가장 위협적이던 길태미가 사라짐으로써 최영과 이성계는 거칠 것 없이 연합정권을 구성하게 되고,

이방지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간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물, 즉 삼한제일검이 되었으며,

길태미의 참담한 죽음을 목격한 민초들은 일시적인 해방감에 환호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육룡의 나르샤에 있어 가장 파격적이고 매력적이며 입체적이었던 캐릭터인 길태미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것이 당대의 실제 사건이라고 가장한다면, 가렴주구(苛斂誅求)<각주 1>의 원흉인 길태미의 죽음을 동정할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 중에서 길태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인물이 단 두 사람 있었습니다.

 

하나는 길태미의 쌍둥이 형인 길선미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래도 어쨌든 길태미의 어린 시절 한때 사부였던 홍대홍(무휼의 스승 홍사범)이죠.

 

길태미의-쌍둥이-형제-길선미
길태미의 형제 길선미

 

사실상 은둔 최고수인 길선미는,,

아우인 길태미의 마지막 절규와 죽음을 지켜보면서 "아우님, 그리 가셨는가? 그래도 다행히 죽는 순간만큼은 탐관오리가 아니라 검객이셨네 그려. 부디 이제 편히 쉬시게"라며 회한의 탄식과 함께 돌아섭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길태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허풍 사부 홍사범이었죠.

그는 길태미의 죽음을 두고 무휼의 할머니 묘상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다음과 같이 넋두리합니다.

"참, 태미 그 애가 어렸을 때는 참 착했는데.. 어려서부터 그렇게 계집애처럼 꽃반지 끼고 소꿉놀이에... 태미, 이눔아..!"

 

길태미 역시 홍사부를 별로 인정을 하지 않는 듯해도 홍대홍이 스승이라는 것을 부정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홍대홍은 길태미를 제자로 생각하고 묘상의 비아냥처럼 스승질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극 중 장면에선 그 누구보다도 길태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사범 역시 진짜 실력을 감춘 은둔형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혹시 홍대홍이 무림에서 홀연히 사라진 척사광?'이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기 때문이죠.

 

최후의 순간이 닥치기 직전까지 길태미는 비록 악인이었지만,,

"어린아이 때 착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묘상의 말처럼, 길태미도 한때는 그저 여자 아이의 취향을 지닌 평범하고 순진한 아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술을-마시며-슬퍼하는-홍대홍
길태미의 스승이자, 무휼의 스승인 홍대홍

 

하지만 어쩌면 일찍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깊은 열등감과 강렬한 트라우마가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고 인탄한다"는 그릇된 신념을 갖게 했고,,

이 왜곡된 가치관은 어느새 그를 잠식하여 약자를 유린하는 악인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여자 아이 같았던 나약한 그의 심성은 정작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한 채,,

절세의 무공을 터득하여 이를 출세가도의 수단 삼아 강자가 되고자 했던 강박은 결국 너무도 허무하고 참담한 결과를 빚게 하였습니다.

 

그의 쌍둥이 형 길선미가 부귀영화를 버리고 천하를 주유하면서도 강인하고 올바른 신조를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비록 한 배에서 한 날 한시에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난 형제라 할지라도, 어려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에 따라 완전히 어긋나 버린 사선처럼 전혀 다른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각주 1) 가렴주구 : 여러 명목의 세금을 가혹하게 억지로 거두어들여 백성의 재물을 무리하게 빼앗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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