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겨울이 없다면...
어제 새벽부터 많은 눈이 왔습니다.
지금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이번 주말까지 많은 눈을 예보하고 있네요.
어린 시절에는 눈이 참 좋았습니다.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은, 마치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금방 생겨나리란 기대감과 즐거운 성탄절 분위기, 그리고 길어진 겨울방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더해져 들뜬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는 것이 바로 눈이었죠.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한동안은 눈이 내리는 날 센티멘탈해진 기분 때문에 차분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지난 추억을 회상하기에 좋은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갈수록 추운 겨울과 눈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하면 미끄러워질 빙판길 때문에 가족들이 걱정되고,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중국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이 섞여있을 눈부터 털어내려 합니다.
녹기 시작한 눈들과 염화칼슘이 범벅이 된 지저분해진 길거리도 눈이 내리는 풍경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가 되었어요.
감성이 메말라져 마음이 차가워진 것일까요?
아니면 이제 분위기 보다는 현실을 더 걱정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솔직한 사실은.. 이미 초겨울부터 생기가 넘치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만일 겨울이 없다면...?' 이런 생각이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만일 겨울이 없다면...
일단 춥지 않아서 좋겠죠.
두꺼운 옷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고, 난방비 걱정도 없습니다.
치량 운행하기에도 덜 위험하고, 출퇴근 시간도 단축되겠죠.
농경을 주로 했던 옛날에야 겨울은 수확을 마치고 자연과 사람이 쉬는 계절이었다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요?
이밖에도
겨울이 없다면 일조량이 줄지 않아 우울증 환자도 감소할테고..
어쩌면 하우스 없이 작물을 재배하거나 논농사도 이모작이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민족 기질은 유전적 요인과 역사적 요인(전쟁 등 외부 위협)을 제외하면 음식과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하던데 만일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조금은 더 느긋한 기질을 갖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없다면 절실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지도 않을테고 푸르른 신록이 선사하는 자연의 생동감과 결실, 그리고 수확의 계절에 대해 감사할 일도 없겠죠.
미국 식민지 시대 최초의 여류 시인 브래드 스트리트(1612~1672)는 겨울을 역경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일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다지 즐겁지 않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때때로 역경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번영은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가끔씩 늦은 퇴근길 차 안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집으로 향하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죠.
하지만 그 시간에도 힘들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위의 여류 시인이 말한 것처럼 역경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역경을 극복하고 언젠가 여유로운 시간을 찾아 지난 날을 회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우리 사회도 누구에게나 항상 겨울이 아닌,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이 오는... 그렇게 희망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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